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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불가 (IP: *.217.105.52)조회 수: 10002, 2013.03.17 18: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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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 반 타의 반 쉬게 된 시간. 속 모르는 직장 동료들은 가장 추운 때에 의리없이 혼자만 쉰다고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쉬는 것이 마냥 편치만은 않았다. 상황은 백 점은 아니지만 주어진 이 시간을 이용하여 먼 여행을 계획하였다.
막상 여행을 떠날 작정을 하니 걱정이 많아진다. 복동이와 또순이는 어쩔 것이며, 여행 경비와 쉬는 동안 줄어들 수입은 어쩔 것인지 갑갑하였다. 예전 같으면 이런 저런 걱정에 아무 것도 못하고 시간만 보냈겠지만, 생기지도 않은 일에 미리 걱정하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열심히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이런 나의 변화는 전적으로 경아 덕분이다. 경아의 생각없이(?) 사는 방식이나 나의 걱정을 다 끌어 안고 사는 것이나 결국 결과를 보면 쌤쌤이다.
원래 우리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기를 원했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같은 곳, 아니면 일본의 온천 같은 곳을 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격 대비 여행 조건이 딱 맞는 곳이 별로 없었다. 특히 1월 달이 성수기라 이런 나라들 경비가 모두 올랐다는 것이다. 이래서 안맞고 저래서 안맞아 선뜻 선택을 못하고 날짜만 보내던 중, 경아가 늦은 밤에 하는 홈쇼핑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동유럽 상품이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팔고 있더라는 것이다. 출발 일자가 일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결정된 것이라 우리는 준비할 것이 너무도 많았다. 심지어는 그 흔한 캐리어 하나도 없었으니...
올해는 서울이 무척이나 춥고 눈도 많이 왔었다. 영하 19도까지 떨어지기도 했고, 눈이 사흘걸려 내려 길이 완전 빙판길이 되기도 했는데, 우리는 우리보다 더 춥고 을씨년스런 동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때쯤에 나는 Elderscroll V; Skyrim 이라는 RPG게임에 빠져있었다. 스카이림이라는 가상의 대륙에 고대 영어를 쓰는 부족 중의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모험을 즐기는 게임인데 이 게임의 기후 환경이 북유럽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눈폭풍이 몰아치고 눈이 쌓은 높은 산들이 보이고 길 옆에는 눈 꽃이 핀 훤칠한 키의 전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게임을 하다보면 이런 화면의 모습과 효과음에 방 안임에도 불구하고 추위를 느끼게 되는 게임이다. 그런데 이 때 찾아간 동유럽이 스카이림과 비슷한 모습으로 다가와 나는 동유럽 여행이 스카이림으로의 여행 같은 생각이 들었다.
스카이림의 세계.
1월 19일 무엇을 챙겼는지 무엇을 놓아두고 가는지 파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였다. 복동이와 또순이는 다행히도 장모님께서 보아 주신다고 한다. 9일 동안 외로워하지 않고 잘 지낼런지...
인천 공항에서는 외국인들을 위하여 임금님의 행차 같은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나는 상당히 출장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불편한 버스 좌석에서도 꽤나 잘 버티고 잘 자면서 먼거리를 여행할 수 있다. 그런데 비행기 12시간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인천공항에서 1시에 출발하여 11시간 40분을 날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였는데 너무너무 몸이 쑤시고 엉덩이도 아프고 피곤한데 잠은 안오는 상태였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6시경 도착하였는데 우리나라의 겨울철 오후 6시 보다도 훨씬 더 깜깜하였고 온도도 더 낮은 것처럼 느껴졌다. 코로 냄새를 맡는다고 숨을 깊게 들이 쉬었으나 글쎄 독일의 첫 냄새는 서울과 차이를 잘 모르겠다. 그냥 공항 냄새 난다고나 할까?
그런데 아뿔사!!!
12시간의 비행이 끝이 아니라 바로 버스로 3시간 정도 떨어진 뉘른베르그로 이동한다고 한다. 숙소가 뉘른베르그란다. 뉘른베르그는 2차 대전 후 독일전범 재판이 있었던 도시라고 하느데 창 밖이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때부터 우리나라의 화장실과 물 인심이 정말 좋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숙소에 들어갔더니 물이 없다. 아니 물이 있어도 2 천원 내지 3 천원 정도를 주고 사먹어야 한다. 또 대부분의 유럼 화장실은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아! 대한민국 만세.
뉘른베르크 NH 호텔
다음날 아침, 호텔 주변. 대체로 6시 기상, 7시 식사, 8시 출발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아침을 먹고 8시에 우리는 체코 프라하로 출발하였다. 말로만 듣던 아우토반을 버스로 달렸다. 아우토반에는 톨게이트가 없고 속도 감시 카메라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차들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 같지는 않다. 내심 포르세가 300 km/h 달리는 것을 기대했으나 그런 것 전형 없었다. 아우토반의 흐름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의 평일 흐름 정도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우토반 옆으로는 나무, 나무, 나무! 독일은 당장 모든 경제를 멈추더라도 나무만 팔아도 3년 동안은 지금 정도의 경제규모를 꾸려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산에도 나무가 많아졌다고 하나 독일의 나무는 우리 것처럼 구부러지지도 않았고 가늘지도 않으며 정말로 쭉쭉빵빵한 것들이 빽빽이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옆의 나무들과 서로 몸을 비비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체코 프라하의 공화국 광장에서 부터 여행이 시작 되었다. 바로크 양식, 고딕 양식, 로코코 양식 등의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지 구별할 눈썰미도 없지만 그저 내게는 놀이 동산에 지어진 성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건물들이 14세기, 15세기 부터 지어진 건물들이란다.
14세기라고 하면 우리나라느 고려시대가 될 터인데 그 때부터 지어진 건물들이 지금까지 견뎌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 건축물이 3개인가 남아있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이라고 한다. 아마도 건축물이 썩고 전란으로 타버려서 남아있는 것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체코, 이 친구들은 그 때부터 돌로 지어서 지금까지 사람이 살고 있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역사가 오래고 우수한 민족이라고 해봤자,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돈 많았던 유럽 애들하고는 쨉이 안된다.
이 곳은 해자 거리라고 한다. 택시가 서있는 곳이 성벽 밖에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인공 호수를 파서 격리시킨 해자인데 그것을 다 메워서 거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검은 탑은 화약탑이라고 한다. 원래는 해자에 내려오는 성문이었는데 성벽이 다 무너지고 나서 저 탑만 남았다고 한다. 전쟁 때 저 탑에 화약을 보관하여서 화약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화약탑 우측에 있는 건물이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진 -- 몬 말인지~~ -- 시민회관이라고 한다.
화약탑에서 구시가 광장으로 이어지는 골목. 바닥이 돌포장이다. 옛날 공산권 시절의 체코가 배경이 되는 스파이 영화에서 나오는 그 모습 그대로 음습한 발자국 소리...
이 날따라 날씨는 왜 이리 춥던지 내복을 입고 오리털 패딩을 두 개나 껴입어도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찬 바람이 너무 날카롭다. 아마도 온도는 비슷한데 습도가 높아서 그런 듯.
구시청사와 천문시계
천문시계옆에는 해골인형과 터키인, 유대인과 허영인이 있고, 시간이 되면 이 인형들이 움직이는데 ,해골인형은 모래시계를 뒤집고 시계 위의 창문에는 예수와 12사도가 지나고 수탉이 홰를 치면서 끝난다. 마지막 심판 시간이 오기 전에 죄를 회개하고 예수를 믿으라. 모 그런 메시지이다. 차마 그것을 깨닫기도 전에 베드로의 수탉은 울고 끝난다는 메시지도...
그런데 이 아름다운 시계에는 또 다른 슬픈 이야기가 또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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